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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과 아마존 분쟁 (퓨처 리테일 인수 과정 총정리)

by 코린디아 2022. 9. 23.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과 아마존의 퓨처 리테일 인수 분쟁 총정리


인도의 재계 1위 로컬 기업 릴라이언스 그룹(Reliance Group)글로벌 기업 아마존이전 인도 1위의 리테일 기업 퓨처 리테일(Future Retail)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을 정리한 글입니다.

아마존의 인도 오프라인 유통시장 진출과 릴라이언스의 오프라인 유통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싸움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법리적인 우위를 가져간 아마존과 실질적인 이익을 챙긴 릴라이언스의 대응들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릴라이언스 그룹은 퓨처 리테일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실질적으로 장악했고, 아마존은 여러 분야로 대응하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외국인 직접 투자 정책


분쟁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의 외국인 직접 투자 정책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인도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외국인 직접 투자 정책(Foreing Direct Investment Policy)입니다.

이 정책에 의해서 외국자본이 섞여 들어온 인도의 법인들은 여러 브랜드의 제품들을 취급하는 마켓플레이스, 리테일 비지니즈에 직접 관여할 수 없습니다. 외국 자본이 관여된 기업은 인도 자본으로 구성된 법인을 통해서 마켓플레이스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아마존은 어떻게 퓨처 리테일을 장악했을까?


외국인 직접 투자 정책이 가로막고 있는데, 아마존은 어떻게 퓨처 리테일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요? 퓨처 리테일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마존이 퓨처 리테일의 지분을 사들여 문제를 해결한 구조가 아닙니다.

2019년 8월, 아마존은 외국인 직접 투자 정책을 회피하기 위해 퓨처 리테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퓨처 쿠폰스(Future Coupons)의 지분을 49% 확보하였습니다. 퓨처 쿠폰스는 퓨처 리테일 지분의 4.81%를 보유하고 있었고, 아마존은 퓨처 쿠폰스를 통해 퓨처 리테일에 관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퓨처 쿠폰스를 통해 퓨처 리테일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된 아마존은 인도의 규제를 영리하게 피해갔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규제를 우회해서 퓨처 리테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아마존은, 퓨처 리테일이 인도의 여러 대기업들에게 지분을 판매하지 못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기재하면서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보했습니다. 지분 판매가 금지된 기업 중에는 릴라이언스 그룹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릴라이언스 그룹과 아마존 분쟁의 시작


퓨처 리테일을 둘러싼 릴라이언스 그룹과 아마존의 분쟁은 2020년 8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릴라이언스 그룹이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던 퓨처 그룹에게 퓨처 리테일을 24,71억 3천만 루피에 매수하겠다고 제안을 한 것입니다.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약 30억 달러, 4조 3천억 원에 가까운 돈입니다.

하지만 퓨처 그룹은 아마존과의 계약에 의해서 릴라이언스 그룹에 퓨처 리테일의 지분을 판매할 수가 없었습니다. 퓨처 그룹은 릴라이언스 그룹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어 했지만, 아마존은 2020년 10월 싱가포르 국제 중재센터를 통해 아마존과의 계약이 릴라이언스 그룹의 제안에 우선하는 것을 확인받고 인도에서도 릴라이언스 그룹과 퓨처 그룹의 거래를 중단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때까지는 아마존이 인도에서, 굴지의 대기업인 릴라이언스 그룹에게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였습니다.



릴라이언스 그룹과 아마존 분쟁 진행 과정


릴라이언스 그룹의 릴라이언스 리테일은 퓨처그룹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보하려 지속적으로 노력했습니다. 크고 작은 여러 번의 법원 판결을 거치는 동안, 인도의 법원은 릴라이언스 그룹과 퓨처 그룹의 거래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가, 다시 거래를 중지시키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던 중 2021년, SEBI (Securities and Exchange Board of India)는 릴라이언스 그룹이 퓨처 리테일을 인수하는 것을 최종적으로 중단 시켰고, 릴라이언스는 지분 인수와는 다른 방향을 선택하게 됩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퓨처 그룹은 이후에도 릴라이언스 그룹과의 거래를 진행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번번이 아마존과의 계약에 막혀 실패하게 되고, 2021년 8월 인도의 대법원은 싱가포르 국제 중제 센터의 결정은 인도의 법에서도 효력을 발휘한다며 아마존의 손을 들어줍니다. 그 와중에, 인도의 인도 경쟁 위원회(Competition commission of India)는 아마존과 퓨처 쿠폰스의 계약은 불공정하다고 판결하며 계약을 유예시키고, 퓨처 그룹에 20억 루피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합니다.

인도의 변호사 중 릴라이언스 그룹, 아마존, 그리고 퓨처 그룹의 사건에 관여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분쟁이 벌어졌습니다.





릴라이언스 그룹의 반격


2021년 1월부터, 릴라이언스 그룹은 퓨처 리테일의 매장이 있는 부동산의 임대 계약을 획득하기 시작했습니다. 퓨처 리테일은 적자로 인해 임대료를 연체하는 등 임대인에게는 골치 아픈 임차인이었습니다.

릴라이언스 그룹은 임대인들과 계약을 맺어서, '임대인-퓨처 리테일'의 계약 관계를 '임대인-릴라이언스 그룹-퓨처 리테일'의 구조로 변경했습니다.

임대인은 퓨처 리테일보다 임대료를 잘 납부하는 릴라이언스 그룹이 계약을 가져가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퓨처 리테일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릴라이언스 그룹은 매장이 위치한 건물의 권리를 보유한 형태가 됩니다. 



퓨처 리테일의 지분을 매입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법률을 다투는 와중에 진행된 임대 계약 인수 작업은, 릴라이언스 그룹과 아마존 분쟁의 결과를 뒤집게 됩니다.



릴라이언스 그룹은 어떻게 퓨처 리테일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장악했을까?


2022년 2월, 릴라이언스 그룹은 퓨처 리테일의 매장들을 물리적으로 장악해버립니다. 한낮에, 퓨처 리테일의 Big Bazzar 매장들은 문을 닫고 릴라이언스 로고가 새겨진 Smart Bazzar 간판으로 간판을 변경하게 되는데, 한순간에 835개의 매장 이름이 변경된 사건입니다. 

릴라이언스 로고가 새겨진 Smart Bazzar 간판 이미지
간판이 변경된 모습



릴라이언스 그룹이 인도 전역에 위치한 퓨처 리테일의 매장들을 릴라이언스 리테일 소유로 바꿔버린 것인데요, 부동산 임대 계약으로 인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2021년 1월부터 양도받은 임대 계약으로 인해, 퓨처 리테일은 릴라이언스 그룹에 임대료를 납부해야 했는데, 자금난에 시달리던 퓨처 리테일이 임대료를 연체한 것입니다.

릴라이언스 그룹은 퓨처 리테일의 임대료 연체를 즉각 대응하지 않고 내버려 두다가, 2022년 2월에 계약 불이행으로 퓨처 리테일의 임대 계약을 모두 파기해버렸습니다. 계약이 파기된 매장에 대한 권리는 릴라이언스 그룹에게로 적법하게 넘겨졌고, 퓨처 리테일의 물건들을 모두 빼버리고 릴라이언스 리테일의 물건으로 다시 채워 넣었습니다.

릴라이언스 그룹은 퓨처 리테일의 직원들을 그대로 재고용했습니다. 퓨처 리테일의 Big Bazzar 직원들은 같은 매장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릴라이언스 그룹의 Smart Bazzar의 직원이 되었습니다.

릴라이언스 그룹은 직원들을 그대로 고용하면서 수백 개 매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시스템을 함께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퓨처 리테일의 물류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여력과 능력이 있었던 릴라이언스 그룹이기 때문에, 필요했던 매장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릴라이언스 그룹의 퓨처 리테일 매장 장악 이후


퓨처 리테일의 수백 개 매장을 확보한 릴라이언스 그룹은 더 이상 퓨처 리테일의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구매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Smart Bazzar 매장들이 안정화되면서, 릴라이언스 그룹은 퓨처 그룹에 제안한 퓨처 리테일 인수건을 취하하고, 아마존과의 분쟁도 마무리 지었습니다.

아마존은 퓨처 그룹과 릴라이언스 그룹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주장을 펼치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릴라이언스 그룹은 지분과는 무관한 부동산을 통해 물리적인 매장에 대한 권리를 획득한 것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었습니다.



릴라이언스 그룹이 원했던 것은 퓨처 리테일의 브랜드가 아니라 전국의 요지에 위치한 퓨처리테일의 매장이었기 때문에, 아마존과의 분쟁에서 법리적으로는 졌지만, 실질적인 이득은 챙겼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반면 아마존은, 퓨처 쿠폰스를 통해 확보한 퓨처 리테일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되어, 명목상 권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큰 손해를 보았습니다.

아마존은 법원을 통해 릴라이언스 그룹이 인수한 매장을 돌려받으려하고 있지만, 릴라이언스 그룹과 건물주와의 계약, 퓨처 리테일과 아마존의 관계는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에 법원이 아마존의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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