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공식 국어가 없는 이유
인도는 왜 공식적인 국어가 없을까요? 인도에 국어가 없는 이유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인도의 인구는 드라비다, 아리안, 몽골로이드, 네그로이드 그리고 오스트롤로이드의 총 5종류의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인도는 28개 주와 8개의 연방지역으로 구성된 연방제 공화국인데요, 과거로 돌아가면 각각이 하나의 국가를 이룩하고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 체계를 수립하고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인도에서는 한 지역에서도 여러 가지 언어가 구전되고 있고, 가족들과 쓰는 언어, 일할 때 쓰는 언어, 친구들과 쓰는 언어가 다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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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공용어
인도의 제1 공용어는 영어입니다. 약 200년 동안 영국의 직간접적인 식민 통치를 받았는데, 동인도회사를 통해 서서히 영국의 지배가 시작되고, 1877년에는 인도 제국(Indian Empire)으로 본격적인 식민제국이 되었습니다. 영국의 인도 통치 기간은 1857년부터 1947년까지 지속되었고, 그동안 인도에는 영어가 깊게 뿌리내려 공영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도는 인도어가 없습니다. 혹자는 힌디어가 인도어 아니냐고 하지만, 사실 힌디어는 많은 수의 인도인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인도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영어의 뒤를 잇는 제2공용어이기는 하지만, 인도의 국어는 아닙니다. 제1공용어와 제2공용어는 화자에 따라 위치가 변경되기도 합니다.
현재 인도의 공용어는 총 22개입니다. 법률적으로 인정하는 공용어의 숫자가 22개이고, 실제로 사용되는 언어의 수는 121개, 방언을 합치면 총 270개의 언어가 인도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22개의 공용어는 아래 리스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포스트 상단에서 언급한 것처럼, 각 주들은 사용된 언어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습니다.
현재 공용어로 지정된 언어의 수가 인도의 주 개수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힌디와 영어를 공용어를 하고, 각 주에서 해당 주에서 사용하는 공용어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법률 제정의 결과입니다.
- Bengali
- Hindi
- Maithili
- Nepalese
- Sanskrit
- Tamil
- Urdu
- Assamese
- Dogri
- Kannada
- Gujarati
- Bodo
- Manipur (Meitei)
- Oriya
- Marathi
- Santali
- Telugu
- Punjabi
- Sindhi
- Malayalam
- Konkani
- Kashmiri
힌디어가 국어가 될 수 없는 이유
이미지는 인도를 언어로 구분한 언어 지도 입니다. 각 지역별로 주도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를 지도 위에 표기한 것인데, 힌디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모두를 압도할 정도로 많이 사용되는 것은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힌디는 크게 브라즈(Braj)와 아와디(Awadhi)라는 두 종류의 방언으로 구분되고, 세부적으로는 약 48개의 언어들이 모여서 구성된 언어입니다.
즉, 무수히 많은 방언이 있고 각각의 특색이 있기 때문에 통일성이 부족한 언어입니다. 힌디어 시험에서 나오는 문제가 본인이 사용하던 힌디와 달라 점수편차가 무척 심해진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약 4억2천5백만명 정도의 인구가 힌디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는 집계도 있고, 인도 인구의 41% 정도가 힌디어를 사용한다는 집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의 인구가 13.8억 명 정도 되기 때문에, 힌디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과반수 이상이 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도상에서 칸나다어(Kannada), 텔루구어(Telugu)를 기준으로 아래와 위쪽은, 남인도와 북인도로 구분되는데 언어의 어족이 다릅니다.
여러 차례 힌디어를 인도의 국어로 선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어족이 다른 남인도의 반대와 그 외 현실적,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힌디어는 국어가 될 수 없었습니다.
인도의 국어가 결정되지 않는 현실적 이유
인도의 언어갈등은 사실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와 결부되어 있습니다. 국어가 지정된다는 것은, 전 국가적으로 사용하는 하나의 언어가 지정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인도는 채택된 공용어가 22개, 실제로 사용되는 언어는 방언을 포함해서 총 270개이기 때문에, 영어를 제외하면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많은 비율의 인도인이 사용하는 힌디어만 해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문법, 어휘가 다른 48개의 방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만약 22개의 공용어 중 하나를 국어로 선정한다면, 나머지 21개의 공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국어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은 국어로 치르게 되는데, 선정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국어를 배우면서 동시에 공부하던 과목을 완전히 새롭게 공부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만약 힌디어를 국어로 지정하게 되면, 힌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나머지 8억 명의 인도인에 대한 차별이 되는 것입니다.
법률, 군대 등에서도 이런 차별의 문제는 심각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즉, 생존권의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많은 인도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영어를 국어로 하는 것은 왜 문제가 될까요? 영어는 인도에서 탄생한 언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 국가가 동시에 사용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지만, 다른 22개의 언어들과는 달리 정통성이 없습니다. 심지어 식민지배의 흔적이기 때문에 영어를 국어로 지정하고, 인도어라고 부를 수는 없게 됩니다.
그리고, 영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인도인이 영어를 할 수 있다고 전제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인도의 의회에서도, 영어를 할 수 없는 의원이 있기 때문에 번역을 통해 논의를 하곤 합니다.
힌디를 국어로 지정하려던 시도는 힌디를 사용하지 않는 주들의 강력한 반대(폭동과 시위 등)에 부딪혀 헌법 제정, 그리고 60년대에 실패하게 되고, 현재는 모든 주가 동의하지 않는 한 국어를 정할 수 없다는 법률 규정까지 만들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인도인이 영어와 현지 공용어를 섞어 쓰는 코드 스위칭
인도 영화를 보다 보면, 영어를 사용하다가 자연스럽게 힌디어로 이어지고, 또다시 영어로 이어지는 현상을 보셨을 겁니다.
인도는 장기간 식민 통치를 받으면서 독자적인 언어 사용 체계를 구축했는데, 영어와 힌디, 영어와 다른 공용어, 힌디와 공용 어등을 자유자재로 번갈아가면서 사용하는 코드 스위칭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 그 결과입니다.
언어가 가지는 의미와 뉘앙스가 다르기 때문에, 대화하는 사람이나 장소 등에 따라 여러 언어의 문장, 구를 섞어서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코드 스위칭으로 여러 언어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현상이 점점 심화되면서, 한국의 콩글리시와 같이 인도에서도 인도인들만 쓰는 영어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인도식 영어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억양이 독특한 것도 있지만, 이런 인도인들만 쓰는 영어 어휘와 힌두어가 섞여들어가는 코드스위칭 때문인 이유도 있습니다.
분명히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그건 인도인의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중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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